제각각 단추들

품행 단정 한국인?

반짇고리 2014. 9. 12. 00:46

오늘 신문을 읽다가 한 기사가 눈길을 잡는다.


한겨레신문 2014-09-11

<'사장님 나빠요'민수씨 한국 귀화 다시 좌절

"생업 위협에 철거 막은게 문제라니...">


또 그 놈의 궁금병이 도져 관련 기사 몇 개를 더 찾아본다.


한겨레신문 2014-04-03

< [사설] '나마스테' 내치며 '품격 있는 나라' 될 수 있나 >


한겨레신문 2014-04-02

< 소설 '나마스테' 주인공 귀화불허... '품행 미단정'때문? >


이제야 얼개를 대충 알겠다. {왜 한겨레신문이냐고 트집 잡지는 말자. 사건의 일관성 있는 (사실) 파악을 위해 한 언론을 택했을 뿐. 그리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어떤 것은 찌라시일 뿐 언론이 안 되는 이유도 한번 정리해 볼 날이 있을거다.}

'법정에 나간 일'때문에 '품행 단정'하지 못해 한국인이 될 수 없다고!

그럼 이 땅의 한국인은 둘 중 하나이겠네?

한국인은 정말로 참말로 품행이 단정하여 법정에 나갈 일이 아예 없거나

아니면 그런 '품행 미단정' 일이 생기면 스스로 이 땅을 떠나거나.

참으로 무서워서 이 나라 떠나야 하나 살짝 황당 고민이 스쳐간다.


얼마전 지방자치단체장 및 교육감 등의 선거가 있었는데 그 당시 홍보물을 보면서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야~ 이 후보 도대체 별이 몇 개야?"

민주화운동 때문이 아니다. 음주운전은 약방의 감초고, 무면허운전에 심지어 이런 일들과 관련하여 공무집행방해까지. 평소에 어깨에 힘깨나 주고 다녔는데 취기까지 올랐으니 고생하는 일선 경찰들 얼마나 애먹였을지 그림이 그려지려던 찰나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것들이 보인다.


'성매매 알선 교사', '살인미수'......


"아니~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후보 등록을 할 수 있는거지?"

나 뿐만 아니라 뒤늦게 발견한 이들도 몇 번씩 혀를 끌끌 찼다. 그때 두 장의 투표용지에  일곱 번을 찍어야 했고, 그 중 둘은 지지정당 등에 대한 것라 계산에서 빼더라도 다섯 번의 투표기회에 각각 여러명의 후보자들이 있음을 감안한다면 후보자의 수도 차마 다 보기 힘들정도로 엄청 많았다. 그 중의 얼추 3분의 2 이상이 별을 달고 있었던 것 같다. 이걸 보며 전과가 있어도 충분히 반성했다면 흠결로 보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포용성이 커진 것이라고 보아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단순하게 아무런 거름막이 없는 건지 한동한 궁금해 했다가 당선된 이들의 행동거지에서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하느라 약간의 기력을 소진했던게 짜증나는 답을 거져 얻었던 그 기억이 다시 불쑥 솟아 오른다.


그런데 품행이 단정하지 못 해 한국인이 될 수 없다고?

한국 국민인 여성의 남편이고!

또 다른 한국국민의 사위이고!!

미래에 이 공동체에 기여할 한국국민을 셋씩이나 키우고 있는데도!!!

도대체 한국인이 될 수 없다고?


하긴 국민 수백명이 빤히 보이는 앞에서 죽어가도

관심 없고, 애도소리 시끄럽고, 재수없어 장사 안 된다는 말 쓰레기가 난무하는 이 땅에!

영화 보고 뮤지컬 보는 재미 떨어지니 밥맛 없어 하는 대통령이 있는 이 땅에!!

언제는 인권, 정의, 주권, 염치 등의 개념이 공정*공평하고 엄정하게 존재했던 적이 있었던가.


국민에게 이럴진대 날 때부터 한국인이 아니었던 이에게는 당최 기대할 수가 없겠지.


언제 시간을 내서 민수 씨가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의 티베트 음식점 '포탈라'에 들러 소중한 이들과 그의 음식을 나눠먹는, 하잘것없는 나같은 소시민이 할 수 있는 그런 응원을 해보리라 마음먹어 본다.


[사족인 첨언]


1. 여성 한 명당 1.1명의 아이를 낳고 있는 초고속 LTE-A(광고를 너무 많이 봤어ㅠ) 노화의 사회 대한민국은 씨가 마르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사람을 늘려야 한다. 어떻게 늘릴건데? 둘 중 하나다. 지금의 두 배로 애를 더 많이 낳게 하거나, 바깥에 있는 이들을 전입시키는 방법. 유입 이민자, 귀화자, 다문화가정... 이 모두 우리 공동체의 미래다.


2. 한민족은 순수 혈통이라고 설마 아직도 믿고 있는 건 아니지? 민족 단어 앞의 그 '한'은 숫자 하나가 아니다. 시커먼 속내로 '충'과 '혈통(민족)'을 강조했던 독재 정권 하에서 학교를 다녔다 할지라도 역사책 몇 장만 넘겨봤으면 진즉에 깨달아야 했을터. 자신의 무식을 티내지 말자. 추하다.



< 2014-09-10 한겨레 그림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