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파스타는 건강하십니까? |
[건강2.0]
크림 범벅 면발, 설탕 범벅 피클…지중해식 건강식단과 거리 멀어
소스 양 줄이고 제철채소 듬뿍…면발 덜 익혀야 오래 씹는 비결
얼마 전 끝난 요리 드라마 <파스타>에선 매번 파스타를 만드는 장면이 나와 보는 이들의 식욕을 자극했다. 덕분에 레스토랑 ‘스파게띠아’ 등을 운영하는 외식업체 썬앳푸드의 매출이 덩달아 늘어나는가 하면, 드라마 이후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선 파스타 ‘알리오 올리오’ ‘봉골레’를 찾는 손님들이 전보다 많아졌다고 한다.지중해 건강식으로 통하는 파스타의 원조는 이탈리아다. 하지만 이제는 유럽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 됐다. 20~30대 젊은 층 가운데선 점심엔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찾고, 주말엔 파스타를 직접 만들어 먹는 ‘파스타 홀릭’층도 형성됐다. 지중해 식단이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올리브유와 함께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은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파스타는 건강과는 거리가 있다고 평가한다. 건강까지 챙기면서 파스타를 즐기는 방법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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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천히 씹어 먹어라 ‘알 덴테.’ 이탈리아어로 ‘치아에 씹히는 맛이 있는’이라는 뜻이다. 파스타를 정통 이탈리아식으로 또 건강에 이롭게 먹고 싶다면, 파스타 삶는 법을 알아야 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파스타를 삶을 때 ‘알 덴테’로 삶아 먹는다. 이탈리아 요리 학교를 수료하고 현재 서울 논현동에서 이탈리아 레스토랑 ‘누이누이’의 셰프로 일하고 있는 박찬일씨는 “한국 사람들은 국수처럼 파스타를 푹 삶아 먹는데, 사실 제대로 먹으려면 살짝 덜 익혀 씹히는 맛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면, 포장지에서 안내해주는 시간보다 1분 전부터 면을 꺼내 맛보아야 한다고 한다. 파스타는 이미 익혀 나온 국수인데다, 약간 딱딱해야 꼭꼭 씹으며 천천히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씹히는 맛을 즐기며 천천히 먹으면 침 분비가 늘어 소화·흡수가 잘 되고, 포만감이 일찍 찾아와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익힌 면이 아닌 생면이나 라자냐 같은 오븐구이 파스타는 푹 익혀야 제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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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림 대신 토마토소스 파스타를 좋아한다고 크림 범벅인 카르보나라나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즐겨 먹는다면 건강엔 좋지 않다. 특히 이탈리아식 카르보나라엔 우리나라에서처럼 생크림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탈리아에선 달걀노른자를 풀어 잘 저은 후 가루 낸 파르미자노(파르메산) 치즈를 뿌려 먹는다. 우리나라에서처럼 소스도 흥건하지 않고 소스가 스파게티 면에 착 달라붙어 있다. 이경혜 창원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파스타에 크림이 들어가면 맛은 있겠지만 지방 함량이 지나치게 높아진다”며 “건강을 고려한다면 올리브오일이나 토마토소스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외식보다는 집에서 버터를 쓰지 않고 올리브오일에 면을 볶고 제철 채소나 새싹 채소 등을 풍부하게 넣어 먹으면 훌륭한 영양 만점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레토르트 형태로 이미 만들어진 토마토소스의 경우 염도가 매우 높으니 될 수 있으면 직접 방울토마토 등을 이용해 소스를 만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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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먹는 음식도 따져라 파스타가 건강에 좋은 이유는 탄수화물, 지방, 각종 토핑에 따라 비타민이나 단백질 등이 적절히 조합된 음식이기 때문이다. 또 무엇보다 건강에 좋은 올리브유로 조리를 한다. 올리브유 안의 올레산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동맥경화 촉진을 억제한다. 비타민 E, 카로틴 등이 함유돼 있고, 항산화 효과가 있는 폴리페놀도 많이 들어 있다. 따라서 동물성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고 식물성 불포화지방산을 섭취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그러나 식물성 기름도 기름이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올리브유 또한 한 번에 40~50㎖ 정도를 먹으면 혈중 지질에 이상이 올 수 있다”며 “파스타를 먹을 땐 다른 끼니에서 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찬일 셰프는 또 오이 피클이나 피자 등과 함께 파스타를 먹는 우리 문화가 건강엔 그리 좋지 않다고 꼬집는다. 박 셰프는 “현지에서는 설탕이 듬뿍 들어간 오이 피클이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스파게티와 피자를 같이 먹지 않는다”고 전한다.
김형미 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은 먹는 양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파스타는 재료나 조리법에 따라 다르지만 500~1000 칼로리로 열량이 높은 편이다. 김 팀장은 “살찌고 싶지 않다면 면 양을 줄이고, 해산물 스파게티의 경우 염도가 높으니 다른 끼니는 싱겁게 먹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김 팀장은 “소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밀가루 음식을 제한할 필요가 있고, 고혈압 환자들의 경우 염분의 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글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등푸른 생선·올리브기름·잡곡빵…심혈관 질환 줄이는 ‘지중해 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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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식단이라고 부르는 식이요법은 지중해 지역 사람들이 지방 섭취를 많이 하면서도 비슷한 양의 동물성 지방을 섭취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이 크게 낮다는 연구 결과로 유명해졌다. 파비오 데 칠리스 이탈리아무역공사 서울무역관 부관장은 “지중해 식단은 많은 신체활동을 권장하고 밭에서 나는 농산물 위주로 식탁을 꾸리는 산지 직송 개념의 저칼로리 식단”이라며 “최근 이탈리아에서도 패스트푸드 섭취가 늘면서 과체중 인구가 늘어 정부에서 지중해 식단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중해 식단의 원칙을 제대로 알고 이를 활용한다면 좀더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 하루 중 식사는 크게 세 번(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누고, 오전과 오후 각각 두 번 간식을 먹는다.
◎ 파스타는 ‘알 덴테’로 익혀 소화력을 높인다.
◎ 정기적으로 생선류를 섭취하되, 고등어나 정어리 같은 등푸른 생선을 주로 먹는 것이 좋다. 등푸른 생선의 지방산은 우리 몸에 이로운 지방산이며,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니아신을 섭취할 수 있다.
◎ 식사 때 함께 먹는 빵은 비타민과 미네랄뿐만 아니라 섬유질이 풍부한 호밀빵이나 잡곡빵으로 한다.
◎ 음식에 사용하는 기름으로는 인체에 가장 이로운 지방산 구조로 되어 있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를 쓴다.
◎ 식사 때마다 적정량의 레드와인을 곁들인다. 레드와인에는 심혈관계 혈액순환계통 기관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항산화제(폴리페놀)를 함유하고 있다.
◎ 식사 때마다 신선한 제철 과일이나 채소를 통해 비타민A, 비타민C, 섬유질을 섭취한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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